소꿉친구로 아담토미
똥
2015. 1. 2. 01:53
아이는 새침하게 치켜올라간 눈꼬리하며 오밀하게 모인 입술, 하얀 피부를 가져 귀한집의 아이처럼 보였지만 비대칭으로 아무렇게나 잘라놓은 머리와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무리를 선동했기 때문에 마을에선 악동으로 여겨졌다. 이 아이, 토미 조 레클리프,의 맑은 기운을 담고있는 갈색 눈동자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 동내에서 전혀 본적없는-그렇다고 자신이 오래 산것도 아니지만-이방인을 힐끔 바라봤다. 학기는 벌써 반이 지나갔고 전학온지 얼마 안되어 혼자 묵묵히 앉아있던 아이는 무척 심심하고 외로워보였다. 그런 아이를 두고보지 못하는 토미로서는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게 당연한 이치였다. 어딜 다닐때마다 항상 자신의 친구-패거리-를 달고 다녔던 아이였기에 자신의 친구들이 낯선 전학생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위풍당당하게 교과서를 읽으며 손장난을 하고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노라니 머리위에 지어지는 그림자에 놀라 고개를 든 아이의 푸른 눈동자는 약간의 당황과 두려움을 가지고 눈앞에 당당히 서있는 건방진 또래무리를 바라봤다.
"너, 어제 이사왔다며?"
"이름이 뭐야?"
"어디서 왔어?"
"너 싸움좀하냐?"
전학생은 생각보다 겁이 많았다. 다짜고짜 새침히 서있는 아이의 주변무리들이 일제히 공격하듯 질문을 쏟아내자 익숙치 않은 상황 때문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던 아이는 얼굴부터 귀까지 빨개져 결좋은 금발머리를 푹 숙이고 음...그게...따위의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없는 모습이였지만 무리의 아이들은 정말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우리의 대장이 저 멍청해보이기까지 하는 전학생을 마음에 들어 할것이란 것을. 사납게 쏘아대는 무리들을 향해 위엄있게 손을 한번 들었다 내린 아이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됐어 그만."
역시나 정이많고 약자를 보면 꼭 도와줘야한다는 정의감에 한참 불타는 나이였던 토미는 전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이거 하나만 말할게."
곱상한 외모와 어울리는 가느다란 하이톤의 목소리는 아이로 하여금 토미에 대한 거부감을 더 증가시키도록 하였다. 여자애들과는 말도 별로 섞어본적이 없었던 아이는 이렇게 등치가 좋고 조금 불량해보이는 아이들을 이끌고 온 여자애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다 생각일뿐 입밖으로 낼수 있는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아이는 전학생의 무언을 승낙한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제멋대로 말을 이었다.
"너 우리랑 놀고싶어?"
여자에게 정말 이렇게 직접적인 권유는 처음 받아본지라 적잖이 당황해 아무말도 못하자 토미는 신경질을 내며
"야, 우리랑 노는게 싫은거야?"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래서 여자애들이란 하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은 아이는 정말 아무생각없이 뱉어냈다.
"여자애는 좀..."
그말에 눈앞의 새침한 아이도 그 아이를 둘러싼 호위대 같은 무리들도 그리도 그들을 힐끔힐끔 바라보고있는 반 아이들도 모두 굳어버렸다. 심상친 않는 분위기에 토미가 너무 친근하게 말한탓일까, 상대방에게 상처줄만한 말을 했다고 자책하던 아이는 얼른 사과의 말을 찾아내려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을 때였다.새침한 계집애의 맑은 웃음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아이는 정말 예쁘게 눈웃음 지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는데, 그 웃음을 먼 훗날 아이와 친해진 후에도 잊을수 없는 악녀같았던 웃음이라 했다.
"너 마음에 들었어 우리 친구하자"
더이상 강한 압력은 없었다. 명령조에서 청유형으로 바뀐 말투로 샐쭉 웃으며 사분사분 말하는 목소리에 거부하면 안될것 같은 무언의 압력을 느낀 아이는 얼떨결에 하얀손을 잡았다.
8살의 아담 램버트는 그렇게 기묘한 아이와 친구가 됐는데 그 아이가 남자라는것은 아담이 손을 맞잡자 말도 못할정도로 새게 쥐며 고래고래 악을쓰는 눈앞의 검정머리 덕분에 바로 알게되었다.
"야 너, 어딜봐서 내가 여자냐!?"
여자라고 믿기 힘들정도의 악력으로 꽈악잡힌 손보다 친구가 된지 1초만에 바뀐 태도로 눈을 부라리며 본색을 드러내는 사나운 목소리에 깜짝놀란 아담은 또다시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너...너 여자 아니였어?"
파란눈을 크게뜨며 얼빠진 얼굴로 대답하는 꼴을 본 토미는 작게 한숨쉬며 쥐고있던 손을 확 끌어당겨 자신의 중요부위에 가져다 대며 소리쳤다.
"나도 니꺼랑 똑같은거 달렸다고! 만져볼래?"
갑작스런 끌어당김에 머엉하니 있던 아담은 갑작스런 힘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수 밖에없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한팔을 책상에 지탱하는수밖에 없었고 몸이 그쪽으로 기워 아담의 손이 토미의 손에 꽉 쥐어져 그의것 바로 앞에 다다랏을때 아담은 경기를 일으키며 손목을 비틀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야, 이 변태야! 다짜고짜 무슨짓이야!?"
"아직도 내가 여자로 보여?
얼굴이 벌개지며 버럭소리지른 아담에게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토미는 정말이지 악동같아 보였다.
"하긴 그렇다. 어떻게 너같은 애가 여자일수가 있겠어."
기가찬다는듯 손목을 털며 중얼거린 아담을 토미가 적극 응징했음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사실이였고 처음 만났는데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두 소년이 베스트 프랜드가 됐음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처음 만난후 몇년이 지났지만 두명은 정말 항상 붙어다녔다. 교실에서 활동을 할때, 밥을 먹을때나 심지어 화장실을 다녀올때 까지 말이다! 패거리의 아이들은 그 둘이 너무 유별나다고 계집애들이냐고 뭐라 그랬지만 토미와 아담으로서는 그러고 싶었다. 서로와 잠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우연치않게 그둘의 집은 5분가량 떨어진 거리에있어 주말마다 만나서 놀았고 그들의 부모도 서로 친해질수 있었다. 토미는 역시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는것을 좋아하듯 운동역시 곳잘했다. 어떡게 그런 마르고 가는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는지, 경기만 했다하면 승부욕으로 똘똘뭉쳐 아무것도 안보이는듯이 목숨을 걸었다. 반면 아담은 땀흘리는게 싫은건지 운동자체가 싫은건지 도무지 경기에 참여할 생각을 하지않았다. 가뜩이나 아담을 좋아하지 않던 패거리에게 이 모습은 매우 눈꼴시었고 아니꼬워 보였다.
"야 축구하러 가자!"
어느 주말의 화창한 오후, 토미 조 레클리프는 이젠 이마를 덮을 정도로 제법길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흔들며 밴치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있는 아담에게 다가갔다.
"시-이러"
아이는 책에서 눈을때지않고 느리게 대답했다. 활달하고 개구진 토미덕분에 성격이 많이 밝아졌긴 하나 워낙 소심하고 혼자있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에겐 축구가 무엇보다 싫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축구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진다고!"
들고있던 축구공을 땅으로 떨어트리며 토미는 아담의 옆으로 털썩 앉았다. 토미가 옆에 앉자 그제서야 토미를 바라본 아담은 자신이 읽던 책에 관심을 가지는 토미를 엷게 미소지으며 바라봤다.
"이거 내용 알아!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죽잖아"
"할아버지가 아니라 손녀야."
짐짓 근엄하게 말하는 아담과 눈이 마주친 토미는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읽은거 다시 읽으면 재밌냐?"
"음... 다시 기억시켜 주니까."
"문학소년이라 이거지?"
"하하, 오버하지마"
그리고 두명은 아무말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봤다. 소년들은 이렇게 가만히 서로의 옆에 앉아 경치 구경하는것을 좋아했다.
"토미."
아담은 햇빛에 반사되 반짝거리는 호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난, 축구하는것보다 책읽는게 좋아"
"나도 알아. 너 운동 별로 안좋아하잖아, 축구하자는건 그냥 해본말이였어."
"이해해줘서 고마워"
고집이 세서 평소 자기가 하고싶은것을 다 해야 적성이 풀리는 토미가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배려한다는것은 정말 큰 변화였다.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근데, 네가 축구 안하면 제임스나 그런 애들이 싫어한단 말야.. 남자면서 축구도 못하냐고.."
뒷말은 작게 웅얼거리는듯이 했지만 바로 옆에 앉아 토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던 아담에겐 당연히 들리고도 남았다.
"나도 걔네 별로야."
그런말은 할줄 몰랐다는듯 눈을 크게 치뜬 토미는 높은 소리로 물었다.
"어? 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을 촉구하는 모습에 아담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처음부터 날 별로 좋아하는것 같지 않더라고.."
"그냥 걔네가 좀 적극적이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렇지 좋은 애들이야."
토미는 베스트 프랜드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자신의 친구들이 싫다는 말에 마음을 어떻게좀 돌리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하지만.
"토미"
표정을 담담하게 하며 정색하듯 말하는 아담을 보고 토미는 금새 꼬리를 내릴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내가 걔네랑 놀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해"
토미는 정말 미안한듯 웃는 아담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한숨을 쉬곤 어깨를 들썩였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원하는 대답에 아담은 자신이 읽던 책의 페이지를 확인해 조심스레 덮고 자신의 소중한 친구의 어깨를 살짝 끌어안았다.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이럴때만이지?"
토미는 몇년동안 놀던 친구들과 교류를 끊기로 했는데도 자신의 말 한마디에 활짝웃으며 감사를 표하는 아담을 보고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럼 독서는 그만하고 우리집으로 가실까요? 엄마가 레몬에이드 만들어 준대!"
"그거 좋지"
다 읽을때까지 몇 장 남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는 권유에 선뜻 그러자고 한 아이를 토미는 자신의 발 옆에서 뒹굴던 축구공을 집어들고 다른 빈손으로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우리 Litenber Street 까지 경주하자!"
말을 마치마자 벌써 저만치 뛰어간 아이를 보고 아담은 웃음을 터뜨렸다. 달리기를 싫어한다고 말했는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 무리를 포기한 토미를 생각하며 웃음짓곤 아이가 뛰어갔던 길을 뒤따라 갔다.
그들은 정신없이 Litenber Street까지 달렸다. 결과는 불보듯 뻔히 토미의 우승이였지만 그는 뒤따라오는 아담을 위해 속력을 늦춰 마지막엔 서로 나란히 뛰어 도착했다. 땀으로 인해 딱 달라붙은 검정머리를 쓸어올리며 토미가 말했다.
"아, 더워 집에가면 목욕부터 해야겠다"
"나도.. 끈적거려..."
"그럼 같이할래?"
"그래도 되?"
"그럼! 우리는 베스트 프랜드잖아!"
나름의 이론으로 모든 문제상황을 해결한 토미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집으로 아담을 이끌었다.
"엄마! 저희 왔어요!"
토미의 집은 조그만 정원이 있는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인 서구식의 집이였다. 자신의 집과는 별로 다를것이 없었지만 아담은 태양빛을 받아 훈훈해보이는 잔디들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어머, 왔구나 들어오렴"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실례하겠습니다."
항상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토미의 집에 가는것이 좋은 이유중에 하나였다. 먼저 들어가는 아담의 귀에 또 이렇게 뭘 흘리고 왔냐고 타박을 주는 아주머니의 말에 툴툴거리며 잘못했어요 라고 대답하는 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토미가 말하지 않아도 너네둘이 땀냄새가 엄청나다고 짖궂게-토미의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수있다-말씀하시며 물을 받아놨다는 토미의 어머니말에 그들은 옷을 훌렁벗고 욕조로 뛰어들어갔다. 그들은 수중 장난감-가령 물고기 모형이라던지 공룡모형, 레고도 있었다!-으로 서로 공격하며 물장구를 쳤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소리가 어찌나 큰지 문을 닫아놓았는데도 거실에까지 소리가 들렸다. 토미의 어머니는 웃음지었다. 자신의 아들-당연하지만 토미-은 절대로 장난꾸러기 짓을 그만두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담을 사귀고 나서는 조금 의젓해지고 남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생겼다는것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평소 대리고 오던 조금 껄렁해 보이는 애들과는 달리 아담은 착한아이라는것을 단숨에 알수 있었다. 세상에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인사하며 들어오다니! 자신의 아들이 아담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담은 또래아이들보다 숫기가 없어서 그렇지 진중하고 몸에 매너가 배어있는 아이였다. 나중에 토미가 저런 여자를 만나길 바라며 그녀는 뜨거운 물에 노곤해져있을 아이들을 위해 레몬에이드를 만들 재료를 꺼내곤 욕실의 문을 열었다.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한껏 웃어대며 서로를 향해 물을 튀기고 있었다. 욕실은 한창 수중기가 피어올랐고 아이들의 하얀살은 발갛게 익어있었다.
"자, 이제그만 씻어야지?"
"아앗 안되요! 이번엔 제 차례였단 말이에요!"
토미는 얼굴을 구기며 때를썼지만 먹혀들 그녀가 아니였다.
"각자 수건으로 머리 털렴."
끝까지 물을 튀기지 못해 심통이 난 토미는 뚱 한 얼굴로 하얀수건을 머리에 문질렀다.
"흐음 아담에게 맞을 옷이 있을까 모르겠네."
그녀는 서툴게 머리를 터는 아이들을 도와주며 중얼거렸다. 기껐 씻었는데, 땀에 젖은 옷을 다시 입을순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토미가 아담을 내려다 봐야하는 상황이니 그들은 키차이가 꽤났다. 결국 아담이 입은 바지는 길어서 몇단을 접어야 했다.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줄테니 토미방에 먼저 가있으렴"
씻어서 뽀송뽀송해진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의 방-그 나이 또래의 방에 딱 맞춰진 방이였다. 달과 별이 그려진 파란색 벽지에 벽에 붙인 책상이 있고 연초록색 이불의 침대가 있었다.-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들은 침대에 풀썩 누웠는데, 토미는 아담의 약간 촉촉한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그의 성실하고 깨끗한 푸른 눈을 바라봤다. 그냥 왠지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그녀가 타준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방에서 나와 티비를 봤는데 한창 MTV에서 어느 밴드가 정신사나운 락을 부르고 있었다.
"얘들아! 이런거 보면 정서에 안좋아 어서 끄렴"
그녀는 걱정되 설거지를 하며 잔소릴 했지만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머리를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흐니끼며 노래 부르는 사람 주위에 현란한 조명이 노랬다 파랬다 하고 있었다. 그 사람 뒤엔 머리를 여자처럼 기르곤 열심히 흔들며 기타 치는 사람과 큰 드럼앞에 앉아 드럼을 치는 사람.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티비속 사람들을 홀린듯 쳐다봤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목과 팔을 뒤덮고 있는 문신도, 형형색색 염색한 머리도, 땀을 흘리며 열창하는 모습도 그 모든게 멋있고 대단해 보였다. 티비를 보며 얘기하길 좋아하던 그들은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수 없었다. 설거지를 하던 여인은 집안에 밴드의 폭발적인 음성만 들리자 이상함을 느껴 그들을 돌아봤다. 역시나 그들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체 티비를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그만보라했다."
강압적인 말투에 정신이 든 그들은 이미 밴드의 차례가 끝나 진득한 블루스를 부르는 흑인 여자가 한창 나오는 화면을 바라봤다. 아직도 밴드에 형용할수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들은 조용히 티비를 끄고 토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인은 아이들의 상태가 약간 이상했지만 깊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설거지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방문을 닫은 그들은 방문을 닫은 그 자세 그대로 한참 서있다가 둘이 동시에 소리쳤다.
"야! 방금 그 사람들!"
"와 진짜.정말 멋있어!"
그들은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종종 이럴때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정말 좋은 친구라 여겼다 "나도 저런거 어른되면 하고싶다"
"하면되지"
"안돼 사람이 많아야 하잖아"
티비에서 보니까 적어도 5명은 되던걸. 이라 힘없이 중얼거리는 토미를 보며 아담이 말했다.
"나까지 하면 3명만 더 구하면 되"
"너도 할꺼야?"
시무룩해 있다가 반색을 하며 말했지만 토미는 아담이 노래를 꽤 부르고 그것을 즐긴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재능이 있었다.
"응. 우리 이담에 크면 같이 팀으로 만들자"
"와! 좋은 생각이야"
역시 내 친구라니까 하며 어깨를 툭툭치며 토미는 마냥 기뻐했다. 그들은 이날부로 락밴드에 매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꿈에 대해 글을 써오라거나 관련된 책을 읽어오라는 숙제에 항상 같은 밴드의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설정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들이 11살 즉, 몇개월 뒤면 4학년이 되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였다.
토미는 약속대로 무리의 아이들과 멀어졌다. 아담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애들이 어렴풋이 그와 관련 됐을 것이라고 알고 있듯이 그들은 학교에서 낙제자와 우등생으로 유명한 존재였다. 무리의 아이들로서는 불만과 아니꼬움의 정도가 더 높아질수 밖에없었다. 항상 사험만 봤다 하면 낙제하는 토미는 자신들과 어울려야 했고 만점만 받는 범생이 너드는 도서관의 무리들과 어울려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다. 그들이 점점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당연한 수순으로 그 나이 또래면 한번씩은 다 본다는 porn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생일파티를 한다 해서 같은반 남자애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들 말고도 대여섯명이 왔다. 음식도 먹고 축하도 하고 나름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들이 배도 부르고 점점 할것도 없어져 이제 갈까 라고 생각하는 차에 집 주인인 요셉이 말했다.
"내가 좋은거 구했는데 같이보자"
하면서 낄낄거리던 그에게 15살의 아이들은 그가 말한 '좋은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수있었다. 원색적으로 배치된 침대위에 남녀한쌍이 엉겨 음난한 짓을 하고있었다. 한없이 흔들리며 울음섞인 신음을 내지르는 여자는 한창 왕성한 호르몬을 억제할수 없는 소년들을 흥분시키고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토미는 성에 대해 그 또래답지않게 흥미가 없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하는 본성인데 뭘그렇게 벌써부터 보려 하는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처럼 극적인 신음을 흔들리며 가슴을 빨리고 있는 여자를 보기보단 다른애들을 관찰하는것이 더 재밌었다. 소년들의 표정은 재각기 달랐다. 얼굴이 빨개진체 입을 벌리고 눈을 못때는 애, 뭔가 많이 봤는지 시큰둥-자신처럼 관심 없어서 오는 시큰둥이 아니라 확신한다-한 애, 아랫도리를 붙잡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애, 심지어 더이상 못보고 방을 나가는 애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아담을 바라봤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무심히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정확하게 콕 찝어낼수 없는 낯설음, 몇년지기 친구 였기에 알수있는 부분이였다. 그의 눈은 아이들과 다른 곳을 좆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흔들리는 눈으로, 그는 다른곳을 보고있었다. 토미의 이상하단 생각이 최고조에 올랐을때 소년은 팽팽한 공기를 깨듯 서둘러 나가버렸다. 그때부터 그들의 사이가 이상해졌다. 서로의 집에서 5분 거라였기에 그들은 집에 항상 같이 갔으며 원래 한몸인양, 그들에게 한명이 없으면 다른 애들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항상 붙어 다녔다. 하지만 8학년이 되면서 그들이 다른반이 되고 아담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나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아담이 토미를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미는 아담의 반에 갈때마다 그가 자신이 모르는 다른아이와 놀면서 아는척도 하지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그의 가장 친한 친구고 그도 자신이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두명은 세상의 모든 비밀을 공유하기라도 한 듯이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기분이 상한 토미는 정말로 휙-하는 소리가 날정도로 고개를 돌려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하지만 그런일이 며칠이 되고 일주일이 넘어가자 토미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아담은 여전히 보란듯이 토미를 무시하며 다른 애랑 놀고있고 그 자신은 기분 나빠할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있지 않았다. 토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떡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혀 알수가 없어 자신의 영원한 후원자인 엄마에게가 모든걸 털어놓았다.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 울상을 짓고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음...근데 사실, 서로 떨어져 지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야."
"네??"
"너넨 항상 찰싹 붙어다녔잖니, 권태기 비스무리하게 오는것도 당연하지.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보면 자연스래 다시 전처럼 친해질수 있을거야"
하지만 토미는 엄마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 둘은 점점 친해졌고 그 자신은 그와 말 한마디 못섞은지 몇주가 지났다. 그는 불만족스런 표정으로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내심 내일은 꼭 무슨일이 있어도 아담과 말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토미는 몇번인가 아담에게 말을 걸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왔던것은 무시와 재수없는 그의 친구의 흘끔거리는 눈초리뿐였다. 다음날 하교시간. 토미는 그들이 반에서 나오길 기다리며 교실 문 옆에 서있었다. 친근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집에갈 준비를 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자하니 토미는 문득 슬퍼졌고 진짜 계집애처럼 구는 그 자신이 우스웠다. 자신을 무시하는 애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끝까지 이어나가려 아등바등 거리는지 자신도 상대방이 그런것처럼 매몰차게 뒤돌면 될것을. 토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을 끊을수 없었다.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자니 그들이 짐을 다꾸린것 같아 교실을 나서려는 그들의 앞길을 다급히 막으면서 말했다.
"아담 램버트. 나랑 얘기좀해"
갑자기 튀어나온 검정 머리에 눈에 띄게 굳은 아담은 앞을 막은 토미를 비껴가려고 몸을 틀며 중얼거렸다.
"난 너랑 할말 없는데"
역시나 자신을 무시하려하는 아담을 보고 이젠 억울과 당황을 넘어선 분노를 느낀 토미는 다짜고짜 그의 팔을잡곤 달려가며 소리쳤다.
"난 너랑 할말 많거든!?"
토미가 아무리 힘이 세다 할지라도 가기싫어 거부하는 또래 남자애를 끌고갈수 있을정도로 힘이 세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장애없이 근처 운동장의 구석진곳에 도착했다. 무슨 사랑의 도피마냥 미친듯이 뛴 그들은 숨을 골랐다. 한참 뒤 토미가 말했다.
"야 너 내가 싫으냐?"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도 아담은 당황없이 말했다.
"그런게 아니야"
그리곤 서로 한참 말이 없었다. 아담은 자신의 운동화 끝만 바라봤고 토미는 하늘만 바라봤다. 불편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건조한 바람이 그들이 흘린 땀을 흩고 지나갔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며 토미가 말했다.
"야, 난 네가 뭘 좋아하든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아담은 잔잔히 떨리는 푸른눈으로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는 토미를 바라봤다. 그의 검은 머리는 빛때문에 약간 푸른빛을 머금었다.
"우리는 예전부터 서로를 잘 알던 친구였고, 앞으로도 계속 친구일테니까."
그 자신도 자신이 뭐라하는지 알수없었다. 그냥 나오는대로 횡설수설 내뱉었다.
"우린 앞으로 같이 밴드도 해야되잖아. 그러니까 우리 사이가 이렇게 끝난다는건 말도 안돼"
토미도 사실 그가 정확하게 왜 자신을 피하고 무시하려하는지 알수없었다. 다만, 요셉의 집에서 본 영상을 기점으로 그가 그렇게 행동했기에 추측하고 있는것 뿐.
"난 갑자기 네가 나한테 그런행동을 해서 당황스러웠어. 나한텐 여전히 네가 제일친한 친군데."
말을 마친 토미는 찬찬히 고개를 내려 자신앞에 서서 조용히 자신의 말만 듣고있던 아담을 바라봤다. 그의 눈을 언제 떨렸다는듯 담담히 토미를 바라보고있었다.
"그 대상이 너였는데도?"
하지만 토미의 추측이 들어맞았던 걸까. 아담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나...난...."
그가 한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말했다.
"꿈을 꿨어. 네가 나왔지. 왜 학교에서 애들이 말하는거 있잖아. 몽정. 애들 얘길 들어보니 다 여자더라고 백인여자, 흑인여자, 금발에....."
울듯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아담의 말에 토미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예상과 너무 들어맞은 그의 말 때문이지 다른이윤 없었다. "근데 난 너였어. 네가 나왔다구. 그냥 아닐거라고 믿으며 잊어버리려 했어. 근데 요셉 집에서 본 그 영상을 보고 확신이 서더라. 내가 다른 애들과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걸." 그는 좌절하며 울부짖듯이 말하지만 토미는 그것 밖에없어? 라는 표정이였다. 괜히 절친이 아니였다. 그의 성적취향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있었던 토미였다.
"미안해 내가 더럽지? 미안해...."
급기야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하는 그를 보고 토미는 당황과 어이없음을 느꼈다.
"야 뚝 그치지못해!? 사내새끼가 창피하게 왜 울고그래"
토미는 웃음이 나올려는걸 꾹 참으며 아담에게 성큼다가가 잘게 떠는 어깨를 팡팡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것도 모를줄 알았어? 날 뭘로 보는거야 네가 게이라는건 전부터 알고있었다고!"
청천벽력의 말에 울어서 빨게진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앞에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화난척 서있는 토미를 바라봤다.
"아..알고 있었다고...??"
"그래 이 호구야! 우리가 몇년지기 친군데!"
그러면서 아담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리며 토미가 말했다
"아오 이걸그냥! 이걸로 끝내지만 내가 속상해 했던거 생각하면 넌 아주 오늘 죽었었어!"
정신없이 쏘아대는 토미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아담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옆에서 땍땍거리는 토미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알고있었어?"
"예에에ㅔ에ㅔ전부터 빠가야 아진짜 생각할수록 화나네."
11살부터 알고있었다는 토미의 말에 아담이 뒤로 넘어가려던걸 간신히 진정시킨 토미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으래서- 꿈에 내가 나왔다고?"
못된 장난을 칠때 항상 봐왔던 웃음이라 불안함을 느낀 아담은, 곧 이어진 토미의 말에 자신의 예견이 맞았다며 창피해 죽을려 했다.
"어땠어? 예쁘게 나왔냐? 일어났을때 싸져있었으면 죽여버린다 새끼야"
아담은 다른게 아니라 정말 형제와 다름없는 토미를 상대로 몽정했다는 것에 토미에게 죄책감을 느껴서 그랬다 했다. 그때 아담과 함께 다녔던 애는 같은 처지로서 아담을 위로해 줄려고 했다한다.
"걔가 자기도 그런일이 있었는데 그 대상이 알게되서 학교에 fag라고 낙인찍혀 소문 다나고 도망치듯 전학온거래. 걔가 너한텐 절대 그랬다고 말하지말고 무조건 피해다니라고 해서.."
"그럼 그때 내가 학교에 소문 다 낼것 같았단 말야!?"
날카롭게 눈꼬리를 치뜨며 말하는 토미에게 땀을 흘리며 부정할수밖에 없던 아담이였다.
"아니 그게아니라... 그냥..네가 알게되면 날 싫어할것 같았어."
"어..야 농담이였어! 아진짜 너땜에 분위기 다시 쳐졌잖아"
몇주만에 다시 얘기하는건데 라고 중얼거리는 토미에게 무한한 사랑스러움을 느낀 아담이였다. 그는 다짜고짜 툴툴거리는 토미를 껴앉았다.
"고마워. 미안해 너는 그냥 이제부터 내 형제야"
갑자기 껴앉겨 놀랐지만 그 자신의 목에 머리를 파뭍고 다시는 안그래 그때가 마지막이야라고 웅얼거리는 소중한 친구의 등을 한숨을 쉬면서 쓸어줬다.
"그래 두번은 안돼 그랬다간 진짜 죽여버릴거야"
그렇게 그 둘은 화해했다.
그 이후론 모두의 학교 생활이 평탄했다. 아직도 반의 우두머리격인 토미 조 레클리프는 옆반 아담 램버트와 사이가 멀어지며 하루하루가 엄청난 저기압처럼 보였는데 그들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면서 토미의 기분이 나아졌고 다른애들도 모두 어깨를 펴고 다닐수 있게되었다. 그둘이 따로 다니는건 어울리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아이들이였다.
그들은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얼마나 신나는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들은 이제 3년만 있으면 어른이였다. 토미보다 한참 작았던 아담은 어느세 쑥쑥커서 토미를 내려다 봐야할 정도였다. 고등학교에서 첫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때 토미가 문득 말했다.
"기억나? 옛날에 나보다 너 완전 작았잖아"
"맞아 창피하게 네 바지가 길어서 바짓단을 접어 입어야했지"
"으아 그때가 참 좋았는데. 지금은 귀여운맛이 없어졌단 말야."
툴툴거리는 검은머리를 아담은 웃으며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이런 스킨십 정도는 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것이였다. 그들은 가끔 손도잡고 어깨동무도 하고 팔장도 끼었다. 누가 보면 오해할만한 소지가 충분했지만 같은 중학교나 초등학교를 나온 애들은 그 정도쯤은 항상 바왔으니 그러려니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 처음본 애들은 다른애들에게 얘기를 들어 신기해 했다. 그들은 고등학교에 올라오기까지 서로 많은 친구를 사겼지만 그들처럼 친근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상대는 없었다.
"내가 애초에 뭐때문에 너한테 다가갔는데!"
"아하하하, 그건 어쩔수없는 거라구. 이렇게 변했는데 어떡게?"
"이건 사기야!..."
능청스럽게 받아넘기며 어깨를 으쓱한 그를 보며 토미는 빨리 예전의 귀여운 아기 램버트로 돌아오란 말이야! 하면서 장난스럽게 아담의 등을 퍽퍽쳤다. 아담은 정말 솔직히 귀여운 점과 모습들이 모두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면 버벅거리며 떠는것도, 순진하게 토미의 못된 장난을 도와주는것도, 툭하면 우는것도 모두 고쳤다. 그는 시원시원했고, 밝았으며 또한 유머러스했고 메너도 충분했다. 변성기가 잘못온건지 안온건지 다른 남자애들보다 몇 옥타브가 높은 토미-하지만 그 자신은 변성기가 잘못왔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의 목소리보다 그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한 울림을 가졌다. 가수에 적합한 목소리였다.
"어휴, 그래 내가 뭔 말을 하겠냐"
"지금까지 그 성격이였으면 나 완전 찐따였다구"
"하긴 그건그래"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아담이 흥얼거리는 노래에 맞추어 그들은 스탭을 뛰며 걸었다. 그의 허밍이 끝날즈음에 토미가 말했다.
"나, 만약 기타리스트 못하면 유치원 선생님 하고싶어"
토미는 여전히 아기들을 좋아했다. 누워서 꼬물거리는 앙증맞은 생물체들을 보면 정신차리질 못했다. 사실 토미는 귀엽고 자그마한것이라면 다 좋아했다. 그런 점을 익히 알고있는 아담이 말했다.
"네가 해도 잘어울릴꺼야"
"고마워"
토미는 그저 미소지었다. 그들은 계속걷다 한 귀퉁이에서 멈췄다. 오른쪽으로 꺽으면 아담의 집이였고 앞으로 쭉가면 토미의 집이였다. 그들은 내일 만날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오자 그들은 서로 새 친구를 사귀느라, 서로와 같이 다니는 시간이 적어젔지만 어릴때처럼 서로를 무시하고 그런것이 아니여서 만날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장난을 처서 사이가 소원해 졌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토미는 금발의 치어리더한테 고백을 받아 사귀게 되었는데 그녀의 집으로 가기로 한 토미는 그녀가 갑자기 할머니댁으로 가야한다는 말만 남기고 부모님차로 하교하는 바람에 혼자남게 되었다. 하는수없이 아직 학교에 남아있을 아담과 같이가야겠다 싶어 그가 다니는 club교실쪽으로 갔다. 다른 교실엔 불이 다 꺼져있는데 오직 그 교실만 불이환히 켜져있고 자그마한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여기서는 c단조가 날것 같아"
"음, 그럼 이 가사를 빼고 이걸 집어넣는게 어때?"
"내가 실례가 된것같네"
책상에 앉아 열심히 토의하는 그들앞에 토미는 그냥 열려있는 문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벽면을 약간 노크한뒤 멋적게 말하며 웃었다. 너무 열중하고 있던지라 아무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아담은 자신들의 앞으로 다가오는 토미를 보고 놀랐다.
"토미? 어쩐일이야? 오늘 에이미랑 걔네집에 간다며"
"걘 할머니댁 갔어"
그래서 이렇게 너한테 빌붙으려 왔지. 하고 웃는 토미를 보며 아담도 피식 웃었다.
"여기 앉아"
그때 얼른 아담의 옆에있던 남자가 말했다.
"어? 고마워. 근데 누구?..."
"아 얜 내 남자친구 브렌드야"
아담은 브렌드의 어깨를 살짝 끌어앉으며 토미에게 말했다.
"남자친구?? 야! 그러면 진작 소개시켜줬어야지!"
"미안, 사귄지 며칠안되서 말할 타이밍을 놓쳤었어."
토미는 잠시 아담을 갈구곤 눈을 빛내며 자신을 보고있는 브렌드의 눈을 똑바로 보곤 싱긋웃으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토미 조 레클리프야. 아담의 소.꿉.친.구.지"
자신이 말을 안해줘 삐졌던 걸까, 소꿉친구라 말할때 매우 강조하며 씹어먹을듯 아담을 바라봤으니 화가 많이 난것도 같았다. 그런데 브렌드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가 있는건 처음안것 같은데 하나도 거리낌이 없나봐?"
초면에 이런 말을 들을줄은 생각하지 못한 토미는 브렌드의 말에 벙쪄있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 멍청이가 게이라는건 하도 오래전에 알아서"
그들이 8살때부터 친구였다는 말을 들은 브렌드는 심히놀라며 아담에게 말했다.
"그런 친구였다면 빨리 소개를 시켜줬어야지!"
"그치그치? 널 믿었는데 아담"
토미는 브레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곤 훌쩍거리는 척을 했으며 브렌드는 그런 토미의 등을 다정히 쓸어줬다.
금세 친해진 그들은 아담을 약올리며 깔깔거렸다. 그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아담은 자신이 그 둘 사이에서 소외당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몇개월 후에 아담이 잔뜩 씩씩거리며 토미의 집을 찾아왔다. 토미는 혼자 씨리얼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있었는데 다짜고짜 찾아온 아담은 그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떡게 그럴수가 있어!"
"이봐, 일단 진정해봐"
토미는 그를 평소 그가 자신의 집에 놀러왔을때 애용했던 쇼파에 앉혔다. 아담은 그의 손길에 아무 저항도 하지않고 풀석 앉은뒤 한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뭔일인데"
토미는 아담의 옆에 앉은채 한숨만 푹푹 쉬고있는 친구를 바라봤다.
"...헤어졌어"
주어를 생략해도 누군지 단숨에 알수있었던 토미는 위로하는 음성으로 말했다.
"...힘내 좋은사람 만날수 있을거야"
그 한마디에 계속 한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던 아담은 고개를 번쩍 들어 순진한 말을 하고있는 자신의 친구를 바라봤다.
"...?? 왜, 왜?"
무섭게 고갤들어 자신을 쏘아보자 당황한 토미는 말을 더듬었다. 그런 토미를 보는 아담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 넌 어렸을때부터 여자같이 생겼지. 나이를 먹어도 치켜올라간 눈꼬리와 하얀피부는 변하지 않고 머리도 비대칭으로 잘라 왼쪽눈을 살짝 덮고있는 그를보자 화낼기운도 사라진 아담이였다. 그는 항상 그래왔으니까.
"하, 됐다 나 아이스크림이나 사줘"
"어? 말만해! 뭐든 사줄게"
한숨을 푹 쉬고 힘없이 중얼거리는 아담을 보곤 토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담을 일으키고는 그를 끌고가며 소리쳤다.
"근데 왜 헤어진거야?"
각자 하나씩 아니스크림을 핥으며 공원을 걸ㅕ었다.
"음..그게"
다행인것은 아담의 기분이 약간 걸어서 그런지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그런지 꽤-토미가 생각했을땐 정말 많이-나아졌다는 것이다.
"걔는 네가 좋대잖아"
"누가, 걔가!?!"
아이스크림을 뿜을뻔한 토미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말은 처음들어봤다는듯이 말했다.
"세상에...내가 게이한테 간접고백받는 날이 오게될 줄이야...."
그리곤 토미는 울상을 지으며 아담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게이같이 생겼냐?"
아담은 장난기가 발동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글쎄, 내가 아무리 게이 아니라고 말해도 그럴리 없다며 헤어지자 던데? 솔직히 네가 남자답게 생긴건 아니지."
"오 세상에 나 방금 소름돋았어."
가는 팔이 정말로 소름이 우수수 돋은 것을 보곤 아담은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 좋겠네 인기도 많아서"
"놀리지 마라 새꺄"
아담은 토미가 발로 퍽퍽 차는데도 놀리길 멈추지 않았다. 아담은 토미가 자신때문에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미안해 했으면 정말로 화가 났었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자신의 친구는 그러지 않았다.
"아! 열받아! 넌 왜 여자한테 인기가 많고 난 왜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거냐고!"
"나야 모르지"
"아 빡쳐! 내 여친도 너보고 잘생겼다 했단 말야! 나한텐 그런말 한번도 한적 없는데!"
그들은 앞으로도 종종 고백을 받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들의 성적 취향과 정말 무관한 것이였고, 그것에 토미는 많은 불만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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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됐는데, 이젠 각자 진로를 정하고 학업에 열중할때였다. 아담은 학교 도서관에서 끙끙거리며 수학문제를 풀고있는 토미에게 다가갔다.
"헤이, 공부하고 있었어?"
"어, 응 이부분이 도저히 안풀려"
"내가 한번 봐줄게"
똑같이 놀고 똑같이 공부했지만 아담은 학년의 톱이였고 토미는 여전히 겨우 c+를 맞는 정도였다. 그런 토미는 자신은 못하지만 자신의 친구는 잘한다는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담의 명쾌한 설명에 바로 이해가 간 토미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너, 어제 이사왔다며?"
"이름이 뭐야?"
"어디서 왔어?"
"너 싸움좀하냐?"
전학생은 생각보다 겁이 많았다. 다짜고짜 새침히 서있는 아이의 주변무리들이 일제히 공격하듯 질문을 쏟아내자 익숙치 않은 상황 때문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던 아이는 얼굴부터 귀까지 빨개져 결좋은 금발머리를 푹 숙이고 음...그게...따위의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없는 모습이였지만 무리의 아이들은 정말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우리의 대장이 저 멍청해보이기까지 하는 전학생을 마음에 들어 할것이란 것을. 사납게 쏘아대는 무리들을 향해 위엄있게 손을 한번 들었다 내린 아이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됐어 그만."
역시나 정이많고 약자를 보면 꼭 도와줘야한다는 정의감에 한참 불타는 나이였던 토미는 전학생의 손을 들어줬다.
"이거 하나만 말할게."
곱상한 외모와 어울리는 가느다란 하이톤의 목소리는 아이로 하여금 토미에 대한 거부감을 더 증가시키도록 하였다. 여자애들과는 말도 별로 섞어본적이 없었던 아이는 이렇게 등치가 좋고 조금 불량해보이는 아이들을 이끌고 온 여자애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다 생각일뿐 입밖으로 낼수 있는것이 아니였다. 하지만 아이는 전학생의 무언을 승낙한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제멋대로 말을 이었다.
"너 우리랑 놀고싶어?"
여자에게 정말 이렇게 직접적인 권유는 처음 받아본지라 적잖이 당황해 아무말도 못하자 토미는 신경질을 내며
"야, 우리랑 노는게 싫은거야?"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래서 여자애들이란 하고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은 아이는 정말 아무생각없이 뱉어냈다.
"여자애는 좀..."
그말에 눈앞의 새침한 아이도 그 아이를 둘러싼 호위대 같은 무리들도 그리도 그들을 힐끔힐끔 바라보고있는 반 아이들도 모두 굳어버렸다. 심상친 않는 분위기에 토미가 너무 친근하게 말한탓일까, 상대방에게 상처줄만한 말을 했다고 자책하던 아이는 얼른 사과의 말을 찾아내려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을 때였다.새침한 계집애의 맑은 웃음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아이는 정말 예쁘게 눈웃음 지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는데, 그 웃음을 먼 훗날 아이와 친해진 후에도 잊을수 없는 악녀같았던 웃음이라 했다.
"너 마음에 들었어 우리 친구하자"
더이상 강한 압력은 없었다. 명령조에서 청유형으로 바뀐 말투로 샐쭉 웃으며 사분사분 말하는 목소리에 거부하면 안될것 같은 무언의 압력을 느낀 아이는 얼떨결에 하얀손을 잡았다.
8살의 아담 램버트는 그렇게 기묘한 아이와 친구가 됐는데 그 아이가 남자라는것은 아담이 손을 맞잡자 말도 못할정도로 새게 쥐며 고래고래 악을쓰는 눈앞의 검정머리 덕분에 바로 알게되었다.
"야 너, 어딜봐서 내가 여자냐!?"
여자라고 믿기 힘들정도의 악력으로 꽈악잡힌 손보다 친구가 된지 1초만에 바뀐 태도로 눈을 부라리며 본색을 드러내는 사나운 목소리에 깜짝놀란 아담은 또다시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너...너 여자 아니였어?"
파란눈을 크게뜨며 얼빠진 얼굴로 대답하는 꼴을 본 토미는 작게 한숨쉬며 쥐고있던 손을 확 끌어당겨 자신의 중요부위에 가져다 대며 소리쳤다.
"나도 니꺼랑 똑같은거 달렸다고! 만져볼래?"
갑작스런 끌어당김에 머엉하니 있던 아담은 갑작스런 힘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수 밖에없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한팔을 책상에 지탱하는수밖에 없었고 몸이 그쪽으로 기워 아담의 손이 토미의 손에 꽉 쥐어져 그의것 바로 앞에 다다랏을때 아담은 경기를 일으키며 손목을 비틀어 그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야, 이 변태야! 다짜고짜 무슨짓이야!?"
"아직도 내가 여자로 보여?
얼굴이 벌개지며 버럭소리지른 아담에게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토미는 정말이지 악동같아 보였다.
"하긴 그렇다. 어떻게 너같은 애가 여자일수가 있겠어."
기가찬다는듯 손목을 털며 중얼거린 아담을 토미가 적극 응징했음은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사실이였고 처음 만났는데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 두 소년이 베스트 프랜드가 됐음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처음 만난후 몇년이 지났지만 두명은 정말 항상 붙어다녔다. 교실에서 활동을 할때, 밥을 먹을때나 심지어 화장실을 다녀올때 까지 말이다! 패거리의 아이들은 그 둘이 너무 유별나다고 계집애들이냐고 뭐라 그랬지만 토미와 아담으로서는 그러고 싶었다. 서로와 잠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우연치않게 그둘의 집은 5분가량 떨어진 거리에있어 주말마다 만나서 놀았고 그들의 부모도 서로 친해질수 있었다. 토미는 역시 발발거리면서 돌아다니는것을 좋아하듯 운동역시 곳잘했다. 어떡게 그런 마르고 가는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나오는지, 경기만 했다하면 승부욕으로 똘똘뭉쳐 아무것도 안보이는듯이 목숨을 걸었다. 반면 아담은 땀흘리는게 싫은건지 운동자체가 싫은건지 도무지 경기에 참여할 생각을 하지않았다. 가뜩이나 아담을 좋아하지 않던 패거리에게 이 모습은 매우 눈꼴시었고 아니꼬워 보였다.
"야 축구하러 가자!"
어느 주말의 화창한 오후, 토미 조 레클리프는 이젠 이마를 덮을 정도로 제법길은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흔들며 밴치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있는 아담에게 다가갔다.
"시-이러"
아이는 책에서 눈을때지않고 느리게 대답했다. 활달하고 개구진 토미덕분에 성격이 많이 밝아졌긴 하나 워낙 소심하고 혼자있길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에겐 축구가 무엇보다 싫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축구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진다고!"
들고있던 축구공을 땅으로 떨어트리며 토미는 아담의 옆으로 털썩 앉았다. 토미가 옆에 앉자 그제서야 토미를 바라본 아담은 자신이 읽던 책에 관심을 가지는 토미를 엷게 미소지으며 바라봤다.
"이거 내용 알아!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죽잖아"
"할아버지가 아니라 손녀야."
짐짓 근엄하게 말하는 아담과 눈이 마주친 토미는 누가 먼저라고 할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읽은거 다시 읽으면 재밌냐?"
"음... 다시 기억시켜 주니까."
"문학소년이라 이거지?"
"하하, 오버하지마"
그리고 두명은 아무말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봤다. 소년들은 이렇게 가만히 서로의 옆에 앉아 경치 구경하는것을 좋아했다.
"토미."
아담은 햇빛에 반사되 반짝거리는 호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난, 축구하는것보다 책읽는게 좋아"
"나도 알아. 너 운동 별로 안좋아하잖아, 축구하자는건 그냥 해본말이였어."
"이해해줘서 고마워"
고집이 세서 평소 자기가 하고싶은것을 다 해야 적성이 풀리는 토미가 상대방을 이해해주고 배려한다는것은 정말 큰 변화였다.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근데, 네가 축구 안하면 제임스나 그런 애들이 싫어한단 말야.. 남자면서 축구도 못하냐고.."
뒷말은 작게 웅얼거리는듯이 했지만 바로 옆에 앉아 토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던 아담에겐 당연히 들리고도 남았다.
"나도 걔네 별로야."
그런말은 할줄 몰랐다는듯 눈을 크게 치뜬 토미는 높은 소리로 물었다.
"어? 왜??"
자신을 빤히 바라보며 대답을 촉구하는 모습에 아담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처음부터 날 별로 좋아하는것 같지 않더라고.."
"그냥 걔네가 좀 적극적이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렇지 좋은 애들이야."
토미는 베스트 프랜드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자신의 친구들이 싫다는 말에 마음을 어떻게좀 돌리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하지만.
"토미"
표정을 담담하게 하며 정색하듯 말하는 아담을 보고 토미는 금새 꼬리를 내릴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내가 걔네랑 놀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안해"
토미는 정말 미안한듯 웃는 아담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한숨을 쉬곤 어깨를 들썩였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원하는 대답에 아담은 자신이 읽던 책의 페이지를 확인해 조심스레 덮고 자신의 소중한 친구의 어깨를 살짝 끌어안았다.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친구야"
"이럴때만이지?"
토미는 몇년동안 놀던 친구들과 교류를 끊기로 했는데도 자신의 말 한마디에 활짝웃으며 감사를 표하는 아담을 보고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럼 독서는 그만하고 우리집으로 가실까요? 엄마가 레몬에이드 만들어 준대!"
"그거 좋지"
다 읽을때까지 몇 장 남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는 권유에 선뜻 그러자고 한 아이를 토미는 자신의 발 옆에서 뒹굴던 축구공을 집어들고 다른 빈손으로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우리 Litenber Street 까지 경주하자!"
말을 마치마자 벌써 저만치 뛰어간 아이를 보고 아담은 웃음을 터뜨렸다. 달리기를 싫어한다고 말했는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 무리를 포기한 토미를 생각하며 웃음짓곤 아이가 뛰어갔던 길을 뒤따라 갔다.
그들은 정신없이 Litenber Street까지 달렸다. 결과는 불보듯 뻔히 토미의 우승이였지만 그는 뒤따라오는 아담을 위해 속력을 늦춰 마지막엔 서로 나란히 뛰어 도착했다. 땀으로 인해 딱 달라붙은 검정머리를 쓸어올리며 토미가 말했다.
"아, 더워 집에가면 목욕부터 해야겠다"
"나도.. 끈적거려..."
"그럼 같이할래?"
"그래도 되?"
"그럼! 우리는 베스트 프랜드잖아!"
나름의 이론으로 모든 문제상황을 해결한 토미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집으로 아담을 이끌었다.
"엄마! 저희 왔어요!"
토미의 집은 조그만 정원이 있는 아주 평범하고 보편적인 서구식의 집이였다. 자신의 집과는 별로 다를것이 없었지만 아담은 태양빛을 받아 훈훈해보이는 잔디들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어머, 왔구나 들어오렴"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실례하겠습니다."
항상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토미의 집에 가는것이 좋은 이유중에 하나였다. 먼저 들어가는 아담의 귀에 또 이렇게 뭘 흘리고 왔냐고 타박을 주는 아주머니의 말에 툴툴거리며 잘못했어요 라고 대답하는 토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토미가 말하지 않아도 너네둘이 땀냄새가 엄청나다고 짖궂게-토미의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수있다-말씀하시며 물을 받아놨다는 토미의 어머니말에 그들은 옷을 훌렁벗고 욕조로 뛰어들어갔다. 그들은 수중 장난감-가령 물고기 모형이라던지 공룡모형, 레고도 있었다!-으로 서로 공격하며 물장구를 쳤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소리가 어찌나 큰지 문을 닫아놓았는데도 거실에까지 소리가 들렸다. 토미의 어머니는 웃음지었다. 자신의 아들-당연하지만 토미-은 절대로 장난꾸러기 짓을 그만두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담을 사귀고 나서는 조금 의젓해지고 남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이 생겼다는것을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평소 대리고 오던 조금 껄렁해 보이는 애들과는 달리 아담은 착한아이라는것을 단숨에 알수 있었다. 세상에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실례하겠습니다 라고 인사하며 들어오다니! 자신의 아들이 아담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아담은 또래아이들보다 숫기가 없어서 그렇지 진중하고 몸에 매너가 배어있는 아이였다. 나중에 토미가 저런 여자를 만나길 바라며 그녀는 뜨거운 물에 노곤해져있을 아이들을 위해 레몬에이드를 만들 재료를 꺼내곤 욕실의 문을 열었다.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한껏 웃어대며 서로를 향해 물을 튀기고 있었다. 욕실은 한창 수중기가 피어올랐고 아이들의 하얀살은 발갛게 익어있었다.
"자, 이제그만 씻어야지?"
"아앗 안되요! 이번엔 제 차례였단 말이에요!"
토미는 얼굴을 구기며 때를썼지만 먹혀들 그녀가 아니였다.
"각자 수건으로 머리 털렴."
끝까지 물을 튀기지 못해 심통이 난 토미는 뚱 한 얼굴로 하얀수건을 머리에 문질렀다.
"흐음 아담에게 맞을 옷이 있을까 모르겠네."
그녀는 서툴게 머리를 터는 아이들을 도와주며 중얼거렸다. 기껐 씻었는데, 땀에 젖은 옷을 다시 입을순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토미가 아담을 내려다 봐야하는 상황이니 그들은 키차이가 꽤났다. 결국 아담이 입은 바지는 길어서 몇단을 접어야 했다.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줄테니 토미방에 먼저 가있으렴"
씻어서 뽀송뽀송해진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의 방-그 나이 또래의 방에 딱 맞춰진 방이였다. 달과 별이 그려진 파란색 벽지에 벽에 붙인 책상이 있고 연초록색 이불의 침대가 있었다.-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들은 침대에 풀썩 누웠는데, 토미는 아담의 약간 촉촉한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그의 성실하고 깨끗한 푸른 눈을 바라봤다. 그냥 왠지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들은 그녀가 타준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방에서 나와 티비를 봤는데 한창 MTV에서 어느 밴드가 정신사나운 락을 부르고 있었다.
"얘들아! 이런거 보면 정서에 안좋아 어서 끄렴"
그녀는 걱정되 설거지를 하며 잔소릴 했지만 그들에겐 들리지 않았다. 머리를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흐니끼며 노래 부르는 사람 주위에 현란한 조명이 노랬다 파랬다 하고 있었다. 그 사람 뒤엔 머리를 여자처럼 기르곤 열심히 흔들며 기타 치는 사람과 큰 드럼앞에 앉아 드럼을 치는 사람.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티비속 사람들을 홀린듯 쳐다봤다. 노래 부르는 사람의 목과 팔을 뒤덮고 있는 문신도, 형형색색 염색한 머리도, 땀을 흘리며 열창하는 모습도 그 모든게 멋있고 대단해 보였다. 티비를 보며 얘기하길 좋아하던 그들은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수 없었다. 설거지를 하던 여인은 집안에 밴드의 폭발적인 음성만 들리자 이상함을 느껴 그들을 돌아봤다. 역시나 그들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체 티비를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그만보라했다."
강압적인 말투에 정신이 든 그들은 이미 밴드의 차례가 끝나 진득한 블루스를 부르는 흑인 여자가 한창 나오는 화면을 바라봤다. 아직도 밴드에 형용할수 없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그들은 조용히 티비를 끄고 토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인은 아이들의 상태가 약간 이상했지만 깊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설거지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방문을 닫은 그들은 방문을 닫은 그 자세 그대로 한참 서있다가 둘이 동시에 소리쳤다.
"야! 방금 그 사람들!"
"와 진짜.정말 멋있어!"
그들은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종종 이럴때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정말 좋은 친구라 여겼다 "나도 저런거 어른되면 하고싶다"
"하면되지"
"안돼 사람이 많아야 하잖아"
티비에서 보니까 적어도 5명은 되던걸. 이라 힘없이 중얼거리는 토미를 보며 아담이 말했다.
"나까지 하면 3명만 더 구하면 되"
"너도 할꺼야?"
시무룩해 있다가 반색을 하며 말했지만 토미는 아담이 노래를 꽤 부르고 그것을 즐긴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재능이 있었다.
"응. 우리 이담에 크면 같이 팀으로 만들자"
"와! 좋은 생각이야"
역시 내 친구라니까 하며 어깨를 툭툭치며 토미는 마냥 기뻐했다. 그들은 이날부로 락밴드에 매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자신의 꿈에 대해 글을 써오라거나 관련된 책을 읽어오라는 숙제에 항상 같은 밴드의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설정했을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들이 11살 즉, 몇개월 뒤면 4학년이 되는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였다.
토미는 약속대로 무리의 아이들과 멀어졌다. 아담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모든 애들이 어렴풋이 그와 관련 됐을 것이라고 알고 있듯이 그들은 학교에서 낙제자와 우등생으로 유명한 존재였다. 무리의 아이들로서는 불만과 아니꼬움의 정도가 더 높아질수 밖에없었다. 항상 사험만 봤다 하면 낙제하는 토미는 자신들과 어울려야 했고 만점만 받는 범생이 너드는 도서관의 무리들과 어울려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다. 그들이 점점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성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당연한 수순으로 그 나이 또래면 한번씩은 다 본다는 porn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생일파티를 한다 해서 같은반 남자애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들 말고도 대여섯명이 왔다. 음식도 먹고 축하도 하고 나름의 시간을 보냈는데 그들이 배도 부르고 점점 할것도 없어져 이제 갈까 라고 생각하는 차에 집 주인인 요셉이 말했다.
"내가 좋은거 구했는데 같이보자"
하면서 낄낄거리던 그에게 15살의 아이들은 그가 말한 '좋은것'이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수있었다. 원색적으로 배치된 침대위에 남녀한쌍이 엉겨 음난한 짓을 하고있었다. 한없이 흔들리며 울음섞인 신음을 내지르는 여자는 한창 왕성한 호르몬을 억제할수 없는 소년들을 흥분시키고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토미는 성에 대해 그 또래답지않게 흥미가 없었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하는 본성인데 뭘그렇게 벌써부터 보려 하는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처럼 극적인 신음을 흔들리며 가슴을 빨리고 있는 여자를 보기보단 다른애들을 관찰하는것이 더 재밌었다. 소년들의 표정은 재각기 달랐다. 얼굴이 빨개진체 입을 벌리고 눈을 못때는 애, 뭔가 많이 봤는지 시큰둥-자신처럼 관심 없어서 오는 시큰둥이 아니라 확신한다-한 애, 아랫도리를 붙잡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애, 심지어 더이상 못보고 방을 나가는 애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아담을 바라봤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무심히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정확하게 콕 찝어낼수 없는 낯설음, 몇년지기 친구 였기에 알수있는 부분이였다. 그의 눈은 아이들과 다른 곳을 좆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흔들리는 눈으로, 그는 다른곳을 보고있었다. 토미의 이상하단 생각이 최고조에 올랐을때 소년은 팽팽한 공기를 깨듯 서둘러 나가버렸다. 그때부터 그들의 사이가 이상해졌다. 서로의 집에서 5분 거라였기에 그들은 집에 항상 같이 갔으며 원래 한몸인양, 그들에게 한명이 없으면 다른 애들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항상 붙어 다녔다. 하지만 8학년이 되면서 그들이 다른반이 되고 아담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나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아담이 토미를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토미는 아담의 반에 갈때마다 그가 자신이 모르는 다른아이와 놀면서 아는척도 하지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그의 가장 친한 친구고 그도 자신이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두명은 세상의 모든 비밀을 공유하기라도 한 듯이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기분이 상한 토미는 정말로 휙-하는 소리가 날정도로 고개를 돌려 성큼성큼 나가버렸다. 하지만 그런일이 며칠이 되고 일주일이 넘어가자 토미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아담은 여전히 보란듯이 토미를 무시하며 다른 애랑 놀고있고 그 자신은 기분 나빠할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있지 않았다. 토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떡게 행동해야 하는지 전혀 알수가 없어 자신의 영원한 후원자인 엄마에게가 모든걸 털어놓았다.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 울상을 짓고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음...근데 사실, 서로 떨어져 지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야."
"네??"
"너넨 항상 찰싹 붙어다녔잖니, 권태기 비스무리하게 오는것도 당연하지.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보면 자연스래 다시 전처럼 친해질수 있을거야"
하지만 토미는 엄마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 둘은 점점 친해졌고 그 자신은 그와 말 한마디 못섞은지 몇주가 지났다. 그는 불만족스런 표정으로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내심 내일은 꼭 무슨일이 있어도 아담과 말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토미는 몇번인가 아담에게 말을 걸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왔던것은 무시와 재수없는 그의 친구의 흘끔거리는 눈초리뿐였다. 다음날 하교시간. 토미는 그들이 반에서 나오길 기다리며 교실 문 옆에 서있었다. 친근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집에갈 준비를 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자하니 토미는 문득 슬퍼졌고 진짜 계집애처럼 구는 그 자신이 우스웠다. 자신을 무시하는 애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끝까지 이어나가려 아등바등 거리는지 자신도 상대방이 그런것처럼 매몰차게 뒤돌면 될것을. 토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을 끊을수 없었다.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자니 그들이 짐을 다꾸린것 같아 교실을 나서려는 그들의 앞길을 다급히 막으면서 말했다.
"아담 램버트. 나랑 얘기좀해"
갑자기 튀어나온 검정 머리에 눈에 띄게 굳은 아담은 앞을 막은 토미를 비껴가려고 몸을 틀며 중얼거렸다.
"난 너랑 할말 없는데"
역시나 자신을 무시하려하는 아담을 보고 이젠 억울과 당황을 넘어선 분노를 느낀 토미는 다짜고짜 그의 팔을잡곤 달려가며 소리쳤다.
"난 너랑 할말 많거든!?"
토미가 아무리 힘이 세다 할지라도 가기싫어 거부하는 또래 남자애를 끌고갈수 있을정도로 힘이 세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장애없이 근처 운동장의 구석진곳에 도착했다. 무슨 사랑의 도피마냥 미친듯이 뛴 그들은 숨을 골랐다. 한참 뒤 토미가 말했다.
"야 너 내가 싫으냐?"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도 아담은 당황없이 말했다.
"그런게 아니야"
그리곤 서로 한참 말이 없었다. 아담은 자신의 운동화 끝만 바라봤고 토미는 하늘만 바라봤다. 불편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건조한 바람이 그들이 흘린 땀을 흩고 지나갔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며 토미가 말했다.
"야, 난 네가 뭘 좋아하든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아담은 잔잔히 떨리는 푸른눈으로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는 토미를 바라봤다. 그의 검은 머리는 빛때문에 약간 푸른빛을 머금었다.
"우리는 예전부터 서로를 잘 알던 친구였고, 앞으로도 계속 친구일테니까."
그 자신도 자신이 뭐라하는지 알수없었다. 그냥 나오는대로 횡설수설 내뱉었다.
"우린 앞으로 같이 밴드도 해야되잖아. 그러니까 우리 사이가 이렇게 끝난다는건 말도 안돼"
토미도 사실 그가 정확하게 왜 자신을 피하고 무시하려하는지 알수없었다. 다만, 요셉의 집에서 본 영상을 기점으로 그가 그렇게 행동했기에 추측하고 있는것 뿐.
"난 갑자기 네가 나한테 그런행동을 해서 당황스러웠어. 나한텐 여전히 네가 제일친한 친군데."
말을 마친 토미는 찬찬히 고개를 내려 자신앞에 서서 조용히 자신의 말만 듣고있던 아담을 바라봤다. 그의 눈을 언제 떨렸다는듯 담담히 토미를 바라보고있었다.
"그 대상이 너였는데도?"
하지만 토미의 추측이 들어맞았던 걸까. 아담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나...난...."
그가 한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말했다.
"꿈을 꿨어. 네가 나왔지. 왜 학교에서 애들이 말하는거 있잖아. 몽정. 애들 얘길 들어보니 다 여자더라고 백인여자, 흑인여자, 금발에....."
울듯이 속사포로 쏟아내는 아담의 말에 토미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예상과 너무 들어맞은 그의 말 때문이지 다른이윤 없었다. "근데 난 너였어. 네가 나왔다구. 그냥 아닐거라고 믿으며 잊어버리려 했어. 근데 요셉 집에서 본 그 영상을 보고 확신이 서더라. 내가 다른 애들과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걸." 그는 좌절하며 울부짖듯이 말하지만 토미는 그것 밖에없어? 라는 표정이였다. 괜히 절친이 아니였다. 그의 성적취향쯤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있었던 토미였다.
"미안해 내가 더럽지? 미안해...."
급기야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하는 그를 보고 토미는 당황과 어이없음을 느꼈다.
"야 뚝 그치지못해!? 사내새끼가 창피하게 왜 울고그래"
토미는 웃음이 나올려는걸 꾹 참으며 아담에게 성큼다가가 잘게 떠는 어깨를 팡팡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것도 모를줄 알았어? 날 뭘로 보는거야 네가 게이라는건 전부터 알고있었다고!"
청천벽력의 말에 울어서 빨게진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앞에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화난척 서있는 토미를 바라봤다.
"아..알고 있었다고...??"
"그래 이 호구야! 우리가 몇년지기 친군데!"
그러면서 아담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리며 토미가 말했다
"아오 이걸그냥! 이걸로 끝내지만 내가 속상해 했던거 생각하면 넌 아주 오늘 죽었었어!"
정신없이 쏘아대는 토미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아담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옆에서 땍땍거리는 토미를 바라봤다.
"언제..부터 알고있었어?"
"예에에ㅔ에ㅔ전부터 빠가야 아진짜 생각할수록 화나네."
11살부터 알고있었다는 토미의 말에 아담이 뒤로 넘어가려던걸 간신히 진정시킨 토미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으래서- 꿈에 내가 나왔다고?"
못된 장난을 칠때 항상 봐왔던 웃음이라 불안함을 느낀 아담은, 곧 이어진 토미의 말에 자신의 예견이 맞았다며 창피해 죽을려 했다.
"어땠어? 예쁘게 나왔냐? 일어났을때 싸져있었으면 죽여버린다 새끼야"
아담은 다른게 아니라 정말 형제와 다름없는 토미를 상대로 몽정했다는 것에 토미에게 죄책감을 느껴서 그랬다 했다. 그때 아담과 함께 다녔던 애는 같은 처지로서 아담을 위로해 줄려고 했다한다.
"걔가 자기도 그런일이 있었는데 그 대상이 알게되서 학교에 fag라고 낙인찍혀 소문 다나고 도망치듯 전학온거래. 걔가 너한텐 절대 그랬다고 말하지말고 무조건 피해다니라고 해서.."
"그럼 그때 내가 학교에 소문 다 낼것 같았단 말야!?"
날카롭게 눈꼬리를 치뜨며 말하는 토미에게 땀을 흘리며 부정할수밖에 없던 아담이였다.
"아니 그게아니라... 그냥..네가 알게되면 날 싫어할것 같았어."
"어..야 농담이였어! 아진짜 너땜에 분위기 다시 쳐졌잖아"
몇주만에 다시 얘기하는건데 라고 중얼거리는 토미에게 무한한 사랑스러움을 느낀 아담이였다. 그는 다짜고짜 툴툴거리는 토미를 껴앉았다.
"고마워. 미안해 너는 그냥 이제부터 내 형제야"
갑자기 껴앉겨 놀랐지만 그 자신의 목에 머리를 파뭍고 다시는 안그래 그때가 마지막이야라고 웅얼거리는 소중한 친구의 등을 한숨을 쉬면서 쓸어줬다.
"그래 두번은 안돼 그랬다간 진짜 죽여버릴거야"
그렇게 그 둘은 화해했다.
그 이후론 모두의 학교 생활이 평탄했다. 아직도 반의 우두머리격인 토미 조 레클리프는 옆반 아담 램버트와 사이가 멀어지며 하루하루가 엄청난 저기압처럼 보였는데 그들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면서 토미의 기분이 나아졌고 다른애들도 모두 어깨를 펴고 다닐수 있게되었다. 그둘이 따로 다니는건 어울리지 않는다는걸 깨달은 아이들이였다.
그들은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얼마나 신나는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그들은 이제 3년만 있으면 어른이였다. 토미보다 한참 작았던 아담은 어느세 쑥쑥커서 토미를 내려다 봐야할 정도였다. 고등학교에서 첫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때 토미가 문득 말했다.
"기억나? 옛날에 나보다 너 완전 작았잖아"
"맞아 창피하게 네 바지가 길어서 바짓단을 접어 입어야했지"
"으아 그때가 참 좋았는데. 지금은 귀여운맛이 없어졌단 말야."
툴툴거리는 검은머리를 아담은 웃으며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이런 스킨십 정도는 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것이였다. 그들은 가끔 손도잡고 어깨동무도 하고 팔장도 끼었다. 누가 보면 오해할만한 소지가 충분했지만 같은 중학교나 초등학교를 나온 애들은 그 정도쯤은 항상 바왔으니 그러려니했고, 고등학교에 올라가 처음본 애들은 다른애들에게 얘기를 들어 신기해 했다. 그들은 고등학교에 올라오기까지 서로 많은 친구를 사겼지만 그들처럼 친근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상대는 없었다.
"내가 애초에 뭐때문에 너한테 다가갔는데!"
"아하하하, 그건 어쩔수없는 거라구. 이렇게 변했는데 어떡게?"
"이건 사기야!..."
능청스럽게 받아넘기며 어깨를 으쓱한 그를 보며 토미는 빨리 예전의 귀여운 아기 램버트로 돌아오란 말이야! 하면서 장난스럽게 아담의 등을 퍽퍽쳤다. 아담은 정말 솔직히 귀여운 점과 모습들이 모두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면 버벅거리며 떠는것도, 순진하게 토미의 못된 장난을 도와주는것도, 툭하면 우는것도 모두 고쳤다. 그는 시원시원했고, 밝았으며 또한 유머러스했고 메너도 충분했다. 변성기가 잘못온건지 안온건지 다른 남자애들보다 몇 옥타브가 높은 토미-하지만 그 자신은 변성기가 잘못왔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의 목소리보다 그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한 울림을 가졌다. 가수에 적합한 목소리였다.
"어휴, 그래 내가 뭔 말을 하겠냐"
"지금까지 그 성격이였으면 나 완전 찐따였다구"
"하긴 그건그래"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아담이 흥얼거리는 노래에 맞추어 그들은 스탭을 뛰며 걸었다. 그의 허밍이 끝날즈음에 토미가 말했다.
"나, 만약 기타리스트 못하면 유치원 선생님 하고싶어"
토미는 여전히 아기들을 좋아했다. 누워서 꼬물거리는 앙증맞은 생물체들을 보면 정신차리질 못했다. 사실 토미는 귀엽고 자그마한것이라면 다 좋아했다. 그런 점을 익히 알고있는 아담이 말했다.
"네가 해도 잘어울릴꺼야"
"고마워"
토미는 그저 미소지었다. 그들은 계속걷다 한 귀퉁이에서 멈췄다. 오른쪽으로 꺽으면 아담의 집이였고 앞으로 쭉가면 토미의 집이였다. 그들은 내일 만날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오자 그들은 서로 새 친구를 사귀느라, 서로와 같이 다니는 시간이 적어젔지만 어릴때처럼 서로를 무시하고 그런것이 아니여서 만날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장난을 처서 사이가 소원해 졌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토미는 금발의 치어리더한테 고백을 받아 사귀게 되었는데 그녀의 집으로 가기로 한 토미는 그녀가 갑자기 할머니댁으로 가야한다는 말만 남기고 부모님차로 하교하는 바람에 혼자남게 되었다. 하는수없이 아직 학교에 남아있을 아담과 같이가야겠다 싶어 그가 다니는 club교실쪽으로 갔다. 다른 교실엔 불이 다 꺼져있는데 오직 그 교실만 불이환히 켜져있고 자그마한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여기서는 c단조가 날것 같아"
"음, 그럼 이 가사를 빼고 이걸 집어넣는게 어때?"
"내가 실례가 된것같네"
책상에 앉아 열심히 토의하는 그들앞에 토미는 그냥 열려있는 문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벽면을 약간 노크한뒤 멋적게 말하며 웃었다. 너무 열중하고 있던지라 아무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아담은 자신들의 앞으로 다가오는 토미를 보고 놀랐다.
"토미? 어쩐일이야? 오늘 에이미랑 걔네집에 간다며"
"걘 할머니댁 갔어"
그래서 이렇게 너한테 빌붙으려 왔지. 하고 웃는 토미를 보며 아담도 피식 웃었다.
"여기 앉아"
그때 얼른 아담의 옆에있던 남자가 말했다.
"어? 고마워. 근데 누구?..."
"아 얜 내 남자친구 브렌드야"
아담은 브렌드의 어깨를 살짝 끌어앉으며 토미에게 말했다.
"남자친구?? 야! 그러면 진작 소개시켜줬어야지!"
"미안, 사귄지 며칠안되서 말할 타이밍을 놓쳤었어."
토미는 잠시 아담을 갈구곤 눈을 빛내며 자신을 보고있는 브렌드의 눈을 똑바로 보곤 싱긋웃으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 토미 조 레클리프야. 아담의 소.꿉.친.구.지"
자신이 말을 안해줘 삐졌던 걸까, 소꿉친구라 말할때 매우 강조하며 씹어먹을듯 아담을 바라봤으니 화가 많이 난것도 같았다. 그런데 브렌드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가 있는건 처음안것 같은데 하나도 거리낌이 없나봐?"
초면에 이런 말을 들을줄은 생각하지 못한 토미는 브렌드의 말에 벙쪄있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 멍청이가 게이라는건 하도 오래전에 알아서"
그들이 8살때부터 친구였다는 말을 들은 브렌드는 심히놀라며 아담에게 말했다.
"그런 친구였다면 빨리 소개를 시켜줬어야지!"
"그치그치? 널 믿었는데 아담"
토미는 브레드의 어깨에 얼굴을 묻곤 훌쩍거리는 척을 했으며 브렌드는 그런 토미의 등을 다정히 쓸어줬다.
금세 친해진 그들은 아담을 약올리며 깔깔거렸다. 그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아담은 자신이 그 둘 사이에서 소외당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몇개월 후에 아담이 잔뜩 씩씩거리며 토미의 집을 찾아왔다. 토미는 혼자 씨리얼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있었는데 다짜고짜 찾아온 아담은 그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어떡게 그럴수가 있어!"
"이봐, 일단 진정해봐"
토미는 그를 평소 그가 자신의 집에 놀러왔을때 애용했던 쇼파에 앉혔다. 아담은 그의 손길에 아무 저항도 하지않고 풀석 앉은뒤 한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뭔일인데"
토미는 아담의 옆에 앉은채 한숨만 푹푹 쉬고있는 친구를 바라봤다.
"...헤어졌어"
주어를 생략해도 누군지 단숨에 알수있었던 토미는 위로하는 음성으로 말했다.
"...힘내 좋은사람 만날수 있을거야"
그 한마디에 계속 한손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던 아담은 고개를 번쩍 들어 순진한 말을 하고있는 자신의 친구를 바라봤다.
"...?? 왜, 왜?"
무섭게 고갤들어 자신을 쏘아보자 당황한 토미는 말을 더듬었다. 그런 토미를 보는 아담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 넌 어렸을때부터 여자같이 생겼지. 나이를 먹어도 치켜올라간 눈꼬리와 하얀피부는 변하지 않고 머리도 비대칭으로 잘라 왼쪽눈을 살짝 덮고있는 그를보자 화낼기운도 사라진 아담이였다. 그는 항상 그래왔으니까.
"하, 됐다 나 아이스크림이나 사줘"
"어? 말만해! 뭐든 사줄게"
한숨을 푹 쉬고 힘없이 중얼거리는 아담을 보곤 토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담을 일으키고는 그를 끌고가며 소리쳤다.
"근데 왜 헤어진거야?"
각자 하나씩 아니스크림을 핥으며 공원을 걸ㅕ었다.
"음..그게"
다행인것은 아담의 기분이 약간 걸어서 그런지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그런지 꽤-토미가 생각했을땐 정말 많이-나아졌다는 것이다.
"걔는 네가 좋대잖아"
"누가, 걔가!?!"
아이스크림을 뿜을뻔한 토미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말은 처음들어봤다는듯이 말했다.
"세상에...내가 게이한테 간접고백받는 날이 오게될 줄이야...."
그리곤 토미는 울상을 지으며 아담에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게이같이 생겼냐?"
아담은 장난기가 발동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글쎄, 내가 아무리 게이 아니라고 말해도 그럴리 없다며 헤어지자 던데? 솔직히 네가 남자답게 생긴건 아니지."
"오 세상에 나 방금 소름돋았어."
가는 팔이 정말로 소름이 우수수 돋은 것을 보곤 아담은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 좋겠네 인기도 많아서"
"놀리지 마라 새꺄"
아담은 토미가 발로 퍽퍽 차는데도 놀리길 멈추지 않았다. 아담은 토미가 자신때문에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미안해 했으면 정말로 화가 났었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자신의 친구는 그러지 않았다.
"아! 열받아! 넌 왜 여자한테 인기가 많고 난 왜 남자한테 인기가 많은거냐고!"
"나야 모르지"
"아 빡쳐! 내 여친도 너보고 잘생겼다 했단 말야! 나한텐 그런말 한번도 한적 없는데!"
그들은 앞으로도 종종 고백을 받기도 했는데 그것은 그들의 성적 취향과 정말 무관한 것이였고, 그것에 토미는 많은 불만을 가졌다.
사이사이 zipzplip
그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됐는데, 이젠 각자 진로를 정하고 학업에 열중할때였다. 아담은 학교 도서관에서 끙끙거리며 수학문제를 풀고있는 토미에게 다가갔다.
"헤이, 공부하고 있었어?"
"어, 응 이부분이 도저히 안풀려"
"내가 한번 봐줄게"
똑같이 놀고 똑같이 공부했지만 아담은 학년의 톱이였고 토미는 여전히 겨우 c+를 맞는 정도였다. 그런 토미는 자신은 못하지만 자신의 친구는 잘한다는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담의 명쾌한 설명에 바로 이해가 간 토미는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