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ㅇ)징징거리는 줄리안이 보고싶다
해가 동트기 바로직전 펭귄들은 어김없이 밥그릇을 살짝 치우고 자그만 구멍에서 유연하게 빠져나왔다. 아침일찍 스트레칭을 하는 날이라 아직은 이슬을 머금은 공기를 마시며 각자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인간이 봤을땐 날개를 푸득거리는 정도였지만, 그들은 정말 열심히 했다
"제군들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은날이다."
스트레칭을 마쳤는지 기지개를 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두리번 거리던 스키퍼는 막 뜨기 시작한 해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평소와 다르게 정말 기분이 좋아보이던 스키퍼에 의아해진 코왈스키가 물었다.
"대장님 오늘따라 왜그러십니까?"
"정말 몰라서 묻나 코왈스키?"
어이없다는듯 익살맞게 되물은 목소리에 다른 대원들을 의아한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기분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던 스키퍼는 자신에게 달라붙어 징징거리는 한 여우 원숭이 때문에 더이상 말을 이을수 없었다.
"여기 있었구나 펭귄들아."
"....호랑이 꼬리!?"
불쾌하다는듯 아직도 엉겨붙어 있는 줄리언을 거칠게 밀어낸 스키퍼는 그가 껴안은곳이 소름 끼치는지 매끈한 털을 비비며 아침부터 골치아파졌군- 이란 표정을 짓곤 과장스럽게 주절거리는 그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몸이 맛있는 망고주스를 먹지 못하는 것이란 말이다!"
"저런... 우리도 생선을 못먹으면 슬플거예요"
"하지만 생선과 망고는 근본적으론 다르지. 우리에겐 생선이 주식이고 저쪽은 망고가 주식이 아니니까."
"으윀 엨-"
벌써 그에게 말려들어 줄리언과 말을 나누고 있는-일반적으로 줄리언이 떠들고 있었지만-대원들을 바라보며 스키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몸이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
어흑어흑 거리며 팔로 눈가를 가리고 잘게 떨며 말하는 그를 더이상 못봐주겠는지 스키퍼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래서 용건이 뭔가. 할말 다끝났으면 우린 가보겠다."
미련없이 뒤돌아 들어가려는 그에게 줄리언이 다급히 말했다.
"내말 아직 안끝났도다."
"하아- 또 뭔데?"
한쪽 눈을 치켜올리며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는 눈길에 줄리언은 당연하다는듯이 거만하게 스키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펭귄- 그러니 며칠만 내 시중을 들거라."
스키퍼는 잠시 아무말 하지 않고 줄리언을 한심하다는듯 바라보곤 나왔을때와 마찬가지로 제빨리 들어가 밥그릇으로 구멍을 감췄다. 자신이 원하는것은 무슨수를 써서든 얻고야 마는 고약한 성미의 그답게 알았다-라는 대답을 받아내기 위해 스키퍼를 달달볶기 시작했다.
"스키퍼 어서 나를 모시거라"
스키퍼가 지나가는곳만 졸졸 따라다니며 쟁알거리는 그는 열이 제대로 받은 스키퍼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지 계속해서 뭐라 지껄이고 있었다